분류(소팅) 라인에서 하루

컨베이어 앞에 처음 섰다

집품과 야간을 거치고 나니, 이번엔 분류 라인에 배정됐다. 소팅이라고 부르는, 컨베이어를 타고 오는 물건을 목적지별로 나누는 일이다.

라인 앞에 처음 섰을 때가 기억난다. 저 멀리서 박스가 끊임없이 밀려오는데, 이걸 다 어떻게 쳐내지 싶었다. 옆에서 익숙한 사람들은 물건을 슥 보고 척척 밀어내는데, 나는 바코드를 어디서 봐야 하는지부터 헤맸다. 벨트는 멈추지 않았고, 내 앞엔 이미 물건이 쌓이기 시작했다.

쏟아지는 박스를 분류했다

요령은 결국 눈과 손을 분리하는 거였다. 다음 물건을 보면서 지금 물건을 밀어내야 밀리지 않았다. 처음엔 하나 보고 하나 처리하느라 벨트에 따라잡혔는데, 한두 시간 지나니 조금씩 리듬이 잡혔다.

스캐너 쓰는 법도 몸에 익어야 했다. 각도가 안 맞으면 안 찍혀서 두세 번 다시 대야 했고, 그 몇 초가 쌓이면 라인이 밀렸다. 같은 동작의 무한 반복이라, 머리는 편한데 손목과 어깨가 먼저 지쳤다.

분류 라인 또는 스캐너 사용 장면(보안 범위 내)
끊임없이 밀려오던 벨트. 눈과 손을 따로 써야 버틴다.

시간당 몇 개를 쳤나

숫자로 보니 하루에 4천 개가 넘는 물건이 내 손을 거쳐 갔다. 집품이 '걸어서 찾는' 일이었다면, 소팅은 '한자리에서 쳐내는' 일이었다. 걷는 피로는 없는 대신,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국소적인 피로가 왔다. 시급은 주간 다른 작업과 같은 12,000원. 다만 라인 속도가 곧 내 속도라, 초보에겐 심리적 압박이 가장 큰 자리였다.

시간당 처리 물량약 550개
총 처리 물량약 4,400개
근무시간8시간
일당/시급 환산96,000원 / 약 12,000원
정산 화면 캡처 (개인정보 가림)
하루 4,400개 치고 96,000원. 손목이 기억하는 숫자다.

속도를 놓치자 벌어진 일

초보의 실수는 대부분 '밀림'에서 나왔다.

한번 리듬을 놓치면 물건이 순식간에 쌓였고, 쌓인 걸 처리하려다 급하게 밀어내다 보면 엉뚱한 곳으로 분류하는 실수가 나왔다. 잘못 보낸 물건은 결국 누군가 다시 바로잡아야 하니, 내 실수가 라인 전체에 번졌다.

스캐너 각도를 못 맞춰 같은 물건을 세 번 찍은 적도 많았다. 별거 아닌 것 같은데, 벨트는 안 기다려주니 이게 은근히 스트레스였다. 초반 두 시간은 정말 정신없이 지나갔다.

소팅 라인, 할 만한가

몸을 크게 쓰는 일은 아니라, 상하차 같은 것보다는 확실히 덜 힘들었다.

대신 '벨트에 쫓기는' 심리적 압박이 이 일의 핵심이었다. 내가 느리면 티가 바로 나고, 그게 초보에겐 제일 부담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리듬만 타면 시간이 훅 갔다. 생각할 틈 없이 손이 움직이니, 오히려 잡생각이 없어 개운한 면도 있었다. 단순 반복이 잘 맞는 사람에겐 나쁘지 않은 자리다.

분류 라인에 배정되면

- 지금 물건 말고 다음 물건을 보자. 눈이 한 박자 앞서야 밀리지 않는다.

- 스캐너 각도를 초반에 몸에 익히기. 한 번에 찍히면 그만큼 여유가 생긴다.

- 밀렸다고 급하게 밀어내지 말 것. 잘못 분류하면 오히려 일이 두 배가 된다.

- 손목 스트레칭 자주. 같은 동작 반복이라 여기가 제일 먼저 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