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센터 첫 출근

배달 다음은 창고였다

배달을 몇 주 해보고 나니, 이상하게 다른 것도 궁금해졌다. 책상에만 15년 앉아 있던 사람이 한번 몸 쓰는 일에 발을 들이니, 그 세계가 생각보다 넓다는 게 보였다. 배달이 '혼자 뛰는 일'이라면,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현장은 또 어떨까.

그래서 이번엔 물류센터 단기 알바를 신청했다. 새벽같이 일어나 셔틀버스를 타고 창고 앞에 내렸을 때, 일단 규모에 압도됐다. 축구장 몇 개는 될 법한 건물 안으로 사람들이 줄지어 들어갔다. 그 줄 끝에 나도 어색하게 서 있었다.

장비 받고, 라인에 섰다

출근하자마자 오리엔테이션이었다. 안전화와 목장갑, 조끼를 받고 안전교육 영상을 봤다. 배달 가입할 때 봤던 그 영상 같은 걸 여기서 또 보는구나 싶었다.

내가 배정받은 건 집품(피킹)이었다. 태블릿을 들고, 화면이 지정해주는 칸으로 가서 물건을 꺼내 카트에 담는 일. 말은 간단한데, 처음엔 그 '칸'을 찾는 것부터가 일이었다. 알파벳과 숫자로 된 위치를 보고 넓은 창고를 헤매다 보면, 한 건 담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오전이 지나면서 조금씩 손에 익었지만, 하루 종일 걷고 또 걸었다. 만보기를 안 켠 게 아쉬울 만큼.

안전화·목장갑·조끼 등 지급 장비
첫날 지급받은 장비. 배달 가방과는 또 다른 무장이었다.

8시간 서서 받은 첫 일당

시급으로 따지면 배달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성격은 완전히 딴판이었다. 배달은 콜이 없으면 노는 대신 자유로웠고, 여긴 정해진 라인과 목표 물량이 있어 자유는 없는 대신 공백도 없었다. 일당이 확정이라는 점은 마음이 편했다. 오늘 얼마 벌지 예측 안 되던 배달과 달리, 여긴 나오는 순간 오늘 벌 돈이 정해져 있었다.

첫날 총 처리 물량약 1,200개
첫날 총 근무시간9시간 (실근무 8시간)
첫날 일당96,000원
시급 환산약 12,000원
작업 현장(허용 범위 내)
끝이 안 보이던 집품 구역. 여기를 하루 종일 걸었다.

속도를 못 맞춰 민폐가 됐다

초보 티가 제일 많이 난 건 속도였다.

물건 위치를 못 찾아 헤매는 동안, 옆 사람들은 익숙하게 척척 담아냈다. 목표 물량이라는 게 있어서, 내가 느리면 전체 진도가 늦어졌다. 대놓고 뭐라 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 눈치가 느껴져서 마음이 급해졌다.

몸도 예상 밖이었다. 배달은 걷고 뛰다 서다 하는데, 여긴 8시간을 거의 쉼 없이 걸었다. 종아리보다 발바닥이 먼저 아팠다. 물 마시고 화장실 가는 타이밍도 처음엔 못 잡아서, 쉬는 시간에 몰아서 다녀왔다.

물류센터 첫날, 할 만한가

정직한 노동이었다. 콜 눈치 볼 것도 없고, 일당이 딱 정해져 있으니 계산이 편했다.

다만 8시간을 계속 서서 걷는 건 배달과는 또 다른 종류의 고됨이었다. 배달이 '순간순간 판단하는 피로'라면, 물류는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피로'였다. 어느 쪽이 낫다기보다, 성향 문제 같다. 혼자 다니는 게 편하면 배달, 정해진 틀 안에서 확실한 일당이 좋으면 물류. 나한텐 둘 다 나름의 매력이 있었다.

물류센터 첫 출근이라면

- 안전화 안에 깔창 하나. 발바닥이 하루 버티는 힘이 여기서 갈린다.

- 물과 간단한 간식 챙기기. 쉬는 시간에 에너지 채워야 오후를 버틴다.

- 첫날 목표 물량 못 채워도 괜찮다. 다들 그렇게 시작한다. 조급함이 실수를 부른다.

- 셔틀버스 시간은 미리 확인. 놓치면 출퇴근 자체가 큰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