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한 달, 처음과 달라진 것들

배달 시작한 지 한 달이 됐다

첫날, 소파에서 벌벌 떨며 '온라인' 버튼을 못 누르던 게 딱 한 달 전이다. 그새 열일곱 번쯤 나갔다.

어느 밤 정산 내역을 쭉 내려보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처음이랑 뭐가 달라졌을까. 숫자로도, 몸으로도. 한 달을 채운 김에 그걸 한번 정리해두고 싶었다.

어느새 몸에 밴 것들

가장 크게 달라진 건 판단 속도였다. 첫날엔 콜 하나 뜨는 데도 벌떡 일어났는데, 이젠 단가랑 거리를 보고 0.5초 만에 잡을지 말지 정한다. 첫날 그렇게 덥석 물었다가 손해 본 '멀고 싼 콜'을 이젠 안 잡는다.

동네 지리도 머리에 들어왔다. 어느 아파트가 동 번호가 엉망인지, 어디 공동현관이 까다로운지, 어느 골목이 밤에 어두운지 대충 안다. 첫날 103동을 못 찾아 단지를 반 바퀴 돌던 내가, 이젠 그 단지를 지도 없이 간다.

몸도 적응했다. 첫날 세 시간 반 만에 후들거리던 종아리가 이젠 멀쩡하다. 대신 다른 데가 아프기 시작했다는 게 함정이지만.

한 달에 82만 원, 그리고 오른 시급

한 달 부수입으로 82만 원. 큰돈까지는 아니어도, 없던 돈이 생긴 거니 무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시급이 첫날 10,470원에서 13,500원으로 올랐다. 같은 시간을 뛰어도 이제 3천 원어치를 더 번다는 뜻이다. 특별한 비결은 없었다. 그냥 익숙해지니까 놀지 않게 됐고, 나쁜 콜을 거를 줄 알게 됐을 뿐이다.

한 달 누적 배달 건수182건
한 달 누적 수입823,000원
평균 일 소요시간약 3시간 30분
첫날 대비 시급 변화10,470원 → 13,500원
한 달 누적 정산 화면 캡처 (개인정보 가림)
한 달 누적 823,000원. 시급은 첫날보다 3천 원 올랐다.

한 달을 함께한 장비들

한 달 쓰고 나니 장비에도 흔적이 남았다. 보온가방 어깨끈은 닳아서 반질반질해졌고, 신발 밑창도 한쪽이 눈에 띄게 닳았다. 매일 앉아만 있던 사람의 물건이 아니라, 확실히 '뛴 사람'의 물건이 돼 있었다.

한 달간 쓴 보온가방·신발 등 마모된 장비
닳은 어깨끈과 신발 밑창. 한 달의 증거다.

한 달 사이 쌓인 것들

좋아진 것만 있었던 건 아니다.

첫날엔 다리가 아팠는데, 한 달 지나니 손목이랑 어깨가 결렸다. 가방 메고 폰 거치하고 반복해서 팔을 쓰다 보니, 피로가 옮겨간 느낌이었다.

콜이 아예 안 잡혀 공친 날도 있었다. 날씨도 애매하고 수요도 없어서, 한 시간 넘게 서성이다 몇 건 못 하고 접은 날. 그런 날은 시급이고 뭐고 그냥 허탈했다.

그리고 익숙함이 부른 방심. 길을 다 안다고 신호를 대충 보다가 아찔했던 순간이 한 번 있었다. 그날 이후로 "익숙해진 게 제일 위험하다"는 말을 몸으로 이해했다.

계속할까, 그만둘까

솔직히 고민이 됐다. 82만 원은 분명 반가운 돈이다. 근데 그 돈을 벌자고 주말과 저녁 시간을 통째로 냈고, 체력도 그만큼 썼다.

그래도 결론은 '계속한다'였다.

한 달 해보고 초보에게

- 첫날 시급에 실망하지 말 것. 나도 10,470원에서 시작했지만 한 달 만에 3천 원 올랐다. 익숙함이 곧 시급이다.

- 동네 하나를 정해서 마스터하자. 아는 길이 많아질수록 헤매는 시간이 줄고, 그게 다 돈이다.

- 몸 관리는 필수. 스트레칭 안 하면 한 달쯤 지나 어딘가 반드시 신호가 온다.

- 매일 기록하자. 며칠만 적어봐도 어느 시간대·어느 동네가 돈이 되는지 패턴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