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배달 해본 날

굳이 다들 잘 시간에 나간 이유

심야에 할증이 붙는다는 걸 알고 나서 궁금해졌다. 첫날 맑을 때 시급이 10,470원, 비 올 때 12,000원. 그럼 밤엔 대체 얼마나 되는 걸까.

마침 다음 날이 쉬는 날이라 큰맘 먹고 밤 열한 시에 앱을 켰다. 낮이랑은 공기부터 달랐다. 거리는 조용했고, 늘 붐비던 가게들도 하나둘 불이 꺼져 있었다. 첫 콜이 뜨기까지 낮보다 한참 걸렸다. 그 텅 빈 몇 분 동안, 아 심야는 규칙이 다르구나 하는 느낌이 어렴풋이 들었다.

불 꺼진 거리를 달렸다

낮과 가장 다른 건 '기다림'이었다. 낮이나 비 올 때는 한 건 끝나면 바로 다음이 잡혔는데, 밤엔 콜과 콜 사이가 비었다. 편의점 앞에 서서 폰만 들여다보며 다음 콜을 기다리는 시간이 꽤 길었다.

대신 한 번 잡히면 단가가 셌다. 심야 할증에 거리 할증까지 붙어서, 낮에 4천 원대 하던 콜이 밤엔 6~7천 원씩 찍혔다. 그 숫자 볼 때만큼은 기분이 좋았다.

이동은 오히려 편했다. 차도 사람도 없으니 길이 뻥 뚫려서 낮보다 빨리 달렸다. 문제는 어두운 골목이었다. 가로등 없는 주택가에 들어가면 번지수도 동호수도 잘 안 보여서, 폰 플래시를 켜고 벽을 비춰가며 집을 찾았다. 첫날 아파트에서 헤맨 거랑은 또 다른 종류의 헤맴이었다.

심야 시간 앱 화면 또는 텅 빈 밤거리
밤 열한 시, 늘 붐비던 거리가 이렇게 조용할 줄 몰랐다.

건당은 제일 셌는데, 시급은 애매했다

건당 단가는 셋 중 최고였다. 그런데 콜이 뜸해서 기다리는 시간이 많았고, 그 공백이 고스란히 시급을 갉아먹었다. 결국 시급으로 따지면 비 오는 날(12,000원)이랑 비슷하거나 오히려 살짝 낮았다. "밤이 제일 돈 된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단가는 세지만, 그 단가를 챙길 콜이 그만큼 없었다.

심야 시간대 총 배달 건수6건
심야 총 수입(할증 포함)41,000원
콜 대기시간평균 9분
시급 환산약 11,700원
심야 정산 화면 캡처(할증 포함, 개인정보 가림)
건당은 6~7천 원인데 6건뿐. 할증의 함정이 여기 있었다.

취한 손님, 닫힌 가게

밤에만 겪는 일들이 있었다.

한 번은 술 취한 손님이었다. 전화를 안 받아서 문 앞에 두려 했는데, 공동현관이 잠겨 있어서 결국 여러 번 연락한 끝에 겨우 통화가 됐다. 발음이 뭉개진 목소리로 비번을 불러주는데, 이걸 맞게 들은 게 맞나 싶었다.

가게 마감 시간도 변수였다. 픽업하러 갔더니 이미 불 반쯤 끄고 정리 중이라, 내 주문만 마저 만들어주는 걸 미안한 마음으로 기다린 적도 있다.

무엇보다 인적 없는 골목에 들어갈 때가 좀 무서웠다. 낮이면 아무렇지 않을 길인데, 밤엔 괜히 뒤를 돌아보게 됐다. 그리고 졸음. 새벽 한 시가 넘어가니 눈이 뻑뻑하고 판단이 느려지는 게 느껴졌다.

심야 배달, 할 만한가

돈만 보면 나쁘지 않다. 근데 이건 '돈'보다 '컨디션' 문제였다.

새벽까지 뛰고 나면 다음 날 하루가 통째로 날아갔다. 낮에 몰아 자게 되고, 리듬이 깨졌다. 사무직으로 매일 출근하는 나 같은 사람한텐, 심야 배달은 평일에 할 게 못 됐다. 쉬는 날 전날이 아니면 무리다.

정리하면 이렇다. 시간 자유롭고 낮에 자도 되는 사람에겐 단가 매력이 있다. 하지만 다음 날 출근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몸값을 두 번 치르는 셈이다. 안전 문제도 무시 못 하고.

밤에 나갈 거라면

- 밝은 옷이나 반사 밴드. 밤엔 나를 보이게 하는 게 안전의 시작이다.

- 폰 플래시 바로 켜지게 준비. 어두운 골목 번지수 찾을 때 필수다.

- 으슥한 곳은 무리하지 말 것. 애매하면 손님에게 나와달라고 요청하자.

- 다음 날 일정은 비워두기. 심야 배달의 진짜 비용은 그다음 날에 청구된다.